최종수(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담당)
[라포르시안] 헬스케어 분야에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도입은 의료 현장의 단순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의사·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이 음성 인식 기반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환자와의 대화가 실시간 기록돼 의료진이 환자와의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진료 현장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프로젝트 너싱’(Project Nursing)이다. 이는 2024년 말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Charlotte)에 본사를 둔 애드보킷 헬스(Advocate Health)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협력해 진행 중인 AI 기반 간호 문서화 프로젝트다.
애드보킷 헬스는 미국 내 69개 병원과 1000여 개 진료소를 운영하며 4만 2천 명이 넘는 간호사를 보유한 미국 최대 규모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프로젝트 너싱은 올해 4월 1일 애드보킷 헬스 산하 에이트리엄 헬스 유니언(Atrium Health Union) 병원에서 첫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현재 29개 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애드보킷 헬스 산하 모든 병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로젝트 너싱을 추진하면서 기술 도입과 확장 역량이 뛰어난 대규모 의료기관을 파트너로 찾던 중 애드보킷 헬스를 선정했다. 애드보킷 헬스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사용 AI 문서화 도구 ‘댁스 코파일럿’(DAX Copilot)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의사의 전자의무기록(EMR) 작성 시간을 크게 단축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간호 영역으로 AI 적용을 확대한 것이다. 또한 애드보킷 헬스의 규모, 기술 혁신 역량 그리고 현장 간호사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점이 높이 평가돼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실제로 간호사와 간호 정보학 전문가 등 120여 명이 개발에 참여해 현장의 워크플로우와 요구를 반영한 인간 중심 설계(Human-centered design)가 이뤄질 수 있었다.
프로젝트 너싱은 AI 기반 간호 문서화 솔루션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AI와 실시간 앰비언트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간호사가 환자와 상호작용하는 동안의 대화 내용을 자동으로 EMR 시스템에 기록한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적용 영역은 가상 간호(Virtual Nursing)이다. 원격 근무 간호사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환자와 소통하면 AI가 대화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한다.
이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입원·퇴원·전원 문서화 업무에 활용된다. 가령 환자가 중환자실(ICU)에서 스텝다운 유닛으로 이동할 때 가상 간호사는 원격으로 접속 및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해 전원 문서화를 수행한다. 둘째, 가상 간호사가 환자의 입원 기간 케어팀의 일원으로서 원격 근무하며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현장 간호사가 5~6명의 환자를 담당한다면 가상 간호사는 최대 12명을 관리하며 협력한다. 모든 문서화는 실시간 음성 인식으로 자동 처리된다.
해당 기술은 간호사가 환자와 대화하거나 처치 중 말하는 내용을 녹음하면 AI가 음성을 텍스트로 전사하고 임상 노트로 구성한다. 이후 간호사가 생성된 노트를 검토·수정 후 승인하면 해당 내용이 EMR 시스템에 자동 저장되는 단계로 이뤄진다.
이 같은 자동화 과정은 중환자실, 수술실, 일반 병동, 근무 교대, 환자 교육·퇴원 상담, 외래 등 실제 임상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인지하는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환자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단순히 기록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임상 문서화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일반 병동의 경우 이전에는 활력징후 측정이나 상처 드레싱 후 간호사가 수기로 메모하거나 기억에 의존해 EMR에 입력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대화 내용 일부가 누락되거나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너싱 도입 후에는 간호사가 환자와 대화하며 “오른쪽 다리 상처 드레싱 교환 완료, 삼출물 없음, 통증 2점”이라고 말하면 AI가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해당 EMR 항목에 기록한다. 이를 통해 문서화 누락, 오류 감소, 환자와의 직접 상호작용 시간 증가, 간호사 소진감 감소 효과가 있었다.
근무 교대 역시 이전에는 인수인계 때 각 환자 상태를 메모하거나 구두로 전달하면서 누락·중복이 많았다. 반면 프로젝트 너싱 도입 후에는 두 명의 간호사가 환자 곁에서 “이 환자는 오전에 발열이 있었고, 항생제 투여 중입니다”라고 말하면 AI가 이를 실시간 분석해 인계 기록지와 EMR에 자동 입력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계 시간 단축 및 정보 누락·중복 감소가 이뤄졌다.
이밖에 중환자실에서는 환자 상태가 급격히 변화하는 만큼 실시간 기록이 중요한 데 “혈압 90/60, 맥박 110, 산소포화도 92%, 혈액 투석 중” 등 말로 보고하면 AI가 이를 자동 기록해 EMR에 반영한다. 병원은 이를 통해 환자 상태 추적 용이, 신속한 대응, 간호사 번 아웃 완화 효과를 얻었다.
AI와 실시간 음성 인식 기술을 접목한 프로젝트 너싱은 환자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AI가 낙상 위험·욕창 예방 등 환자 안전 관련 체크리스트를 자동으로 기록·추적함으로써 누락 방지·위험 신호 조기 감지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너싱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임상데이터나 효과 분석이 제한적이지만 향후 실시간 대화 인식과 예측 분석이 결합하면 위험 환자 조기 대응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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